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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니와 요우, 키사라기 아키라는 종종 곤란할 때가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재앙신으로 살고, 사니와로 부임하자마자 소위 '블랙 혼마루'를 정화하느라 어지간한 고생은 다 겪어본 그이지만 그래도 곤란할 때가 있었다. 바로 그의 초기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천을 덮어쓴 채 막무가내로 대화를 거부할 때다. 사니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 야만바기리의 표정을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천으로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어 표정은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저.... 야만바기리 씨?" 살며시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차가워 보이는 태도에 사니와는 기가 죽어 시선을 떨궜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걸까? 그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오늘도 평소와 똑같이 잠자리에..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 데이. 그리고 2월 22일은 냥냥의 날. 기념일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사니와에게 츠루마루가 가르쳐 준 사실이었다. 츠루마루는 어떨 때는 사니와보다 현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트윈테일의 날, 옥강의 날 등 각종 기념일마다 츠루마루가 사니와의 방에 쳐들어오는 바람에 사니와는 덩달아 이런 기념일에 대해 알게 되고 말았다. 발렌타인 데이 날 저 스스로 구물구물 움직이는 초콜릿을 만들어 남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옥강의 날에 남사들에게 옥강을 나누어 준 뒤로 사니와는 이런 기념일을 하나하나 챙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내일은 조금 다른 날이었다. 냥냥의 날, 다른 말로 하면 고양이의 날. 그저 날짜로 말장난을 한 별..
"아키라, 너 좋아하는 애 있어?" 뜬금없는 카이의 질문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아키라가 움찔 굳었다. 그의 동생은 사소한 질문에도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마 가족과는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어서겠지. 주춤주춤 돌아앉아 어느새 정좌한 동생을 보고 카이는 조금 입이 써지는 것을 느꼈다. "아, 나는 여태까지 누구랑 제대로 대화도 나눠 본 적 없고, 오래 같이 있던 사람도 없고, 그래서," 카이의 입맛이 더욱 써졌다. 역시 그렇겠지.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첫사랑의 기억도, 동생에게는 누릴 수 없는 사치이다. 그가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 순간, 동생이 베개를 고쳐 안으며 수줍게 대답했다. "그래도 지금은, 있을지도........"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생각이..
사니와는 정부의 명령으로 다른 혼마루에 갔다가 밤 늦게야 돌아왔다. 남사들은 전부 원정에 나가 있었다. 혼마루는 조용하고 쓸쓸했다. 사니와가 혼마루에 들어서기 무섭게 하세베가 달려왔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러운 물음에 사니와는 깨질 것 같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키우는 웃음이었다. 헤시키리 하세베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사니와를 방까지 데려갔다. 사니와는 가벼운 목례 후 방으로 들어갔다. 하세베는 방문 앞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사니와가 깨어날 때까지 문 앞을 지킬 작정이었다. 사니와는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사니와는 억지로 옷을 갈아입고, 얼굴과 몸을 씻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사니와는 잔 상처가 난 손으로 이..
"대장, 아무리 영력이 높은 사람이라도 한계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야겐의 물음에 이불에 누워 있던 사니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데도 그래? 야겐이 대번에 미간을 찌푸렸다. 골이 아프다는 표정이었다. 지난번 정부 기획으로 몇 번의 토벌 겸 전력확충이 있었다. 아직 사니와로서 경험이 적은 요우가 처음으로 겪어보는 큰 전투였다. 그리고 사니와는 토벌전이 끝난 후 눈에 띄게 분주해졌다. 본청에 부탁해 테이레실을 두 배로 늘리고, 연련실을 새로 짓고, 전보다 원정을 자주 보내 도움패와 의뢰패의 수를 불리고, 시시때때로 남사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돈이 생기는 대로 부적을 사다가 나눠 주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에서 맡기는 잡일 따위를 닥치는 대로 해내고. 급기야는 '만일을 대비해' 혼마루 전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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