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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니 전력 - '곤란할 때' 본문
1.
사니와 요우, 키사라기 아키라는 종종 곤란할 때가 있다. 인생의 대부분을 재앙신으로 살고, 사니와로 부임하자마자 소위 '블랙 혼마루'를 정화하느라 어지간한 고생은 다 겪어본 그이지만 그래도 곤란할 때가 있었다. 바로 그의 초기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천을 덮어쓴 채 막무가내로 대화를 거부할 때다.
사니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 야만바기리의 표정을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천으로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어 표정은커녕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저.... 야만바기리 씨?"
살며시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차가워 보이는 태도에 사니와는 기가 죽어 시선을 떨궜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걸까? 그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오늘도 평소와 똑같이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 몽유병이 도지지도 않았고, 옆에서 자는 야만바기리를 차거나 밀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출진과 원정을 위해 조회를 했다. 출진 부대와 원정 부대를 꾸리고, 내번 담당을 정하고, 보고서를 준비했다. 일이 끝나니 이 시간. 오전 내내 볼 수 없었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보고 싶어 달려왔는데, 그의 초기도는 사니와를 보자마자 저 모양이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사니와를 피하듯 마루로 나가 앉았다. 사니와는 야만바기리로부터 한 뼘 떨어진 곳에 엉덩이를 붙였다. 힐끗 곁눈질을 해 보았지만, 그의 초기도는 아직 천을 벗을 기색이 없었다.
2.
사니와 요우의 초기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종종 곤란할 때가 있다. 사니와의 초기도로써 현현한 지도 벌써 1년이다. 혼마루는 안정되었고 업무에도 익숙해졌다. 혼마루에 먼저 있었던 남사들과도 어색한 티를 벗었다. 하지만 여전히 곤란할 때가 있다. 그의 사니와를 보고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을 때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사니와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를 보고 가슴이 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두근거림이 뜬금없이 찾아올 때다. 홀로 혼마루에 와서 고생하는 사니와를 형처럼 보살펴 주었다. 사니와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를 잘 따랐다.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 같을 때, 그 둘마저 함께 있지 못할 것 같을 때 사니와에게 마음을 고백했다. 사니와도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 이후 바뀐 것은 없었다. 사니와는 여전히 그를 잘 따랐고, 야만바기리의 일은 언제나처럼 사니와를 돌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랬었는데. 야만바기리는 마루 끝에 걸터앉아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지금 이 표정을 사니와에게 들키면 안 된다. 사니와가 풀이 죽은 눈으로 이쪽을 살피는 것이 느껴졌다. 그 풀이 죽은 표정마저 사랑스럽겠지. 얼굴에 더욱 열이 올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에게 다가가야 할지 도망가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어색하게 천을 내리눌렀다. 자기 옆에 앉아 어쩔 줄 모르는 사니와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