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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 4 본문
어깨가 기분 좋게 무겁고, 몸에 배기는 장식과 두꺼운 옷 사이로 희미하게 기분좋은 체온이 느껴진다. 잠결에 저도 모르게 거기에 고개를 묻자 다른 손길이 부드럽게 사니와의 고개를 반대쪽으로 당겼다. 멍한 의식 사이로 조금 가시 돋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야스사다, 치사해!"
"치사하긴 무슨."
고개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따뜻한 손바닥이 귀에 눌렸다. 아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티격대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깨겠다. 저리 가!"
"너야말로 다른 데로 가."
이미 잠은 다 달아나 버린 후였다. 이대로 깼다는 기척을 내도 좋은 걸까. 사니와가 저도 모르게 긴장한 것을 알아챘는지 얼굴을 덮고 있던 손이 황급히 물러났다. 두 쌍의 시선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사니와는 멋쩍게 고개를 들었다. 눈을 뜨자, 아니나다를까 카슈와 야스사다가 미안함과 기대감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사니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죄송해요. 깜빡 졸아버려서."
"아냐 아냐, 피곤할 때는 잠시 쉬어야지."
사니와의 목을 카슈가 꼭 끌어안았다.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이 기분 좋지만...... 마냥 기분 좋아 할 수는 없었다. 이쪽을 보는 야스사다가 금방이라도 토라질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니와는 카슈의 손길을 애써 뿌리치고는 마루에서 일어났다. 붉은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가 사니와의 얼굴에 따라붙었다.
"그럼 나머지 일을 할까요."
"응."
카슈와 야스사다가 동시에 사니와를 따라 일어섰다. 그 와중에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니와는 난감하게 웃으며 앞서 별채를 떠났다. 어쩐지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
도장실 안에 들어서서도 카슈와 야스사다는 신경전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자를 열어 도장을 확인하는 사니와의 뒤에서 소곤소곤 공방전이 이어졌다.
"오늘 근시는 나거든! 야스사다는 방에 가 있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오늘은 출진도 원정도 안 나가는데. 어디 있건 그건 내 마음이지."
"모처럼 단둘이 있을 기회였는데...!"
"나야말로 주인과 단둘이 있고 싶단 말이야. 기회만 있으면 끼어들어 놓고!"
말려야 하는 걸까. 둘 사이의 분위기는 다행히 험악하지는 않았다. 사니와는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티격대는 둘을 곁눈으로 바라보고는 모르는 척 도장 상자를 열었다. 은색과 금빛 구슬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녹색은 세 개. 당분간은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니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장을 만들자고 했으면, 서로 사니와와 도장실에 남겠다고 또 투닥댈 것이 뻔하다. 두 사람이 2차전을 시작하기 전에 사니와는 재빨리 상자를 닫고 돌아섰다.
"도장은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
사니와와 야스사다, 카슈가 혼마루를 걷는 모습은 늘 비슷하다. 한 사람이 오른팔에 꼭 매달리면, 다른 사람이 조심스럽게 왼손을 잡는다.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다시 팽팽해지면, 사니와가 둘의 손을 꼭 마주 잡은 채 신경전을 어떻게든 완화해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밭머리에 서 있는 세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니와가 잡은 손을 꼼실거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가락이 꼭 깍지를 끼어 왔다. 카슈가 손등의 뼈 사이를 약하게 누르며 속삭여 왔다.
"주인, 나 귀여워?"
귓가에 와 닿는 숨결에 사니와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카슈와 함께 있으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받게 되는 질문이었다. 물론, 카슈 키요미츠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요."
사니와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카슈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반대쪽에서 야스사다가 대화에 톡 끼어들었다.
"나는?"
"야스사다도....."
귀여워요. 사니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야스사다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꼬리를 잡아챘다.
"그래서야 카슈랑 다를 게 없잖아."
다른 거. 빨리. 야스사다는 사니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야스사다와 눈을 마주친 사니와가 귓가를 붉히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버렸다.
".......체온이, 따뜻해서....."
야스사다는 간신히 입 밖으로 꺼낸 대답에도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사니와는 붉게 익어가는 중인 토마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음 말을 읊었다.
"같이 걸을 때 손을 잡아주는 게 좋고....."
"그리고?"
"눈동자의 색이라든지...."
언제나 솔직하게 좋으면 좋다고 말해 주는 것이라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사니와는 귀 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그 말은 사니와의 입에서 나올 기회를 잃고 말았다. 잠자코 듣고 있던 카슈가 사니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홱 돌려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아까 전의 야스사다와 비슷한 얼굴을 한 카슈가 사니와에게 말했다.
"주인, 그럼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인 탓에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바쁘게 안구 안을 오락가락하는 사니와의 눈동자를 카슈가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뺨이 부드러운 거라던지..... 웃는 얼굴이....그리고 지금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거라던지. 중간에 말을 뚝 끊은 사니와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카슈와 야스사다가 서로를 마주보고 쿡쿡 웃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사니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응, 나도 좋아해 주인."
"손가락 사이로 얼굴 빨개진 거 다 보인다. 귀여워."
사니와는 손가락을 꼭 모아붙이고 코를 손바닥에 더욱 깊이 파묻었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그만둔 건 다행이지만, 달아오른 얼굴은 어떻게 식혀야 하는 걸까.
"앗. 야스사다, 치사해!"
"치사하긴 무슨."
고개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따뜻한 손바닥이 귀에 눌렸다. 아까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티격대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이 깨겠다. 저리 가!"
"너야말로 다른 데로 가."
이미 잠은 다 달아나 버린 후였다. 이대로 깼다는 기척을 내도 좋은 걸까. 사니와가 저도 모르게 긴장한 것을 알아챘는지 얼굴을 덮고 있던 손이 황급히 물러났다. 두 쌍의 시선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 사니와는 멋쩍게 고개를 들었다. 눈을 뜨자, 아니나다를까 카슈와 야스사다가 미안함과 기대감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사니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죄송해요. 깜빡 졸아버려서."
"아냐 아냐, 피곤할 때는 잠시 쉬어야지."
사니와의 목을 카슈가 꼭 끌어안았다. 얼굴을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이 기분 좋지만...... 마냥 기분 좋아 할 수는 없었다. 이쪽을 보는 야스사다가 금방이라도 토라질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니와는 카슈의 손길을 애써 뿌리치고는 마루에서 일어났다. 붉은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가 사니와의 얼굴에 따라붙었다.
"그럼 나머지 일을 할까요."
"응."
카슈와 야스사다가 동시에 사니와를 따라 일어섰다. 그 와중에도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서로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니와는 난감하게 웃으며 앞서 별채를 떠났다. 어쩐지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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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실 안에 들어서서도 카슈와 야스사다는 신경전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상자를 열어 도장을 확인하는 사니와의 뒤에서 소곤소곤 공방전이 이어졌다.
"오늘 근시는 나거든! 야스사다는 방에 가 있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오늘은 출진도 원정도 안 나가는데. 어디 있건 그건 내 마음이지."
"모처럼 단둘이 있을 기회였는데...!"
"나야말로 주인과 단둘이 있고 싶단 말이야. 기회만 있으면 끼어들어 놓고!"
말려야 하는 걸까. 둘 사이의 분위기는 다행히 험악하지는 않았다. 사니와는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티격대는 둘을 곁눈으로 바라보고는 모르는 척 도장 상자를 열었다. 은색과 금빛 구슬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녹색은 세 개. 당분간은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사니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장을 만들자고 했으면, 서로 사니와와 도장실에 남겠다고 또 투닥댈 것이 뻔하다. 두 사람이 2차전을 시작하기 전에 사니와는 재빨리 상자를 닫고 돌아섰다.
"도장은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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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니와와 야스사다, 카슈가 혼마루를 걷는 모습은 늘 비슷하다. 한 사람이 오른팔에 꼭 매달리면, 다른 사람이 조심스럽게 왼손을 잡는다.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다시 팽팽해지면, 사니와가 둘의 손을 꼭 마주 잡은 채 신경전을 어떻게든 완화해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밭머리에 서 있는 세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니와가 잡은 손을 꼼실거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가락이 꼭 깍지를 끼어 왔다. 카슈가 손등의 뼈 사이를 약하게 누르며 속삭여 왔다.
"주인, 나 귀여워?"
귓가에 와 닿는 숨결에 사니와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카슈와 함께 있으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받게 되는 질문이었다. 물론, 카슈 키요미츠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요."
사니와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카슈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반대쪽에서 야스사다가 대화에 톡 끼어들었다.
"나는?"
"야스사다도....."
귀여워요. 사니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야스사다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꼬리를 잡아챘다.
"그래서야 카슈랑 다를 게 없잖아."
다른 거. 빨리. 야스사다는 사니와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야스사다와 눈을 마주친 사니와가 귓가를 붉히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여버렸다.
".......체온이, 따뜻해서....."
야스사다는 간신히 입 밖으로 꺼낸 대답에도 만족하지 못한 눈치였다. 사니와는 붉게 익어가는 중인 토마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음 말을 읊었다.
"같이 걸을 때 손을 잡아주는 게 좋고....."
"그리고?"
"눈동자의 색이라든지...."
언제나 솔직하게 좋으면 좋다고 말해 주는 것이라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사니와는 귀 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그 말은 사니와의 입에서 나올 기회를 잃고 말았다. 잠자코 듣고 있던 카슈가 사니와의 얼굴을 자기 쪽으로 홱 돌려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아까 전의 야스사다와 비슷한 얼굴을 한 카슈가 사니와에게 말했다.
"주인, 그럼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인 탓에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바쁘게 안구 안을 오락가락하는 사니와의 눈동자를 카슈가 즐거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뺨이 부드러운 거라던지..... 웃는 얼굴이....그리고 지금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거라던지. 중간에 말을 뚝 끊은 사니와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카슈와 야스사다가 서로를 마주보고 쿡쿡 웃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사니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응, 나도 좋아해 주인."
"손가락 사이로 얼굴 빨개진 거 다 보인다. 귀여워."
사니와는 손가락을 꼭 모아붙이고 코를 손바닥에 더욱 깊이 파묻었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그만둔 건 다행이지만, 달아오른 얼굴은 어떻게 식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