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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하는 야만바기리 01 본문

책방 하는 야만바기리 01

김하임 2016. 8. 9. 23:14
  • 본성기담이라고 쓰여진 낡은 책의 중간쯤에 쓰여 있던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라 야만바기리 몰래 베껴 왔다.

 
 사니와와 도검남사가 잘 지내고 있던 혼마루에 견습 사니와가 왔다. 견습 사니와는 요즈음 흔히 말하는 탈취계 사니와였기 때문에, 원래 있던 사니와는 주술에 당해 눈뜨고 혼마루를 빼앗기게 되었다. 혼마루를 빼앗긴 사니와는 이상하게도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견습과 도검남사들은 이를 수상히 여겨 온 혼마루를 쥐잡듯이 뒤졌지만 사니와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견습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으나 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곧 잊어버리고 혼마루의 새로운 주인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혼마루에 새로운 주인이 부임하고 삼 년이 지났을 때, 갑자기 혼마루에 이변이 생겼다. 깨끗하기만 했던 혼마루에 독기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견습과 남사들은 독기의 원인을 찾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독기의 근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독기는 곧 혼마루를 잠식하고, 약한 도검남사부터 천천히 녹슬어 갔다. 골머리를 앓던 견습은 본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견습의 부탁을 받아 본청에서 다른 사니와가 내려왔다. 견습 사니와는 크게 기뻐하여 정부에서 온 사니와에게 별채를 내주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정부에서 온 사니와는 움직이지 않았다. 견습은 답답함에 정부에서 온 사니와에게 따져 물었다. 

 "당신이 저주를 푸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들어 일부러 모셨는데, 왜 아무 것도 하시질 않습니까? 독기의 근원을 찾아내기는 하신 겁니까?"

 노기 서린 추궁에도 정부에서 온 사니와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조용히 일어나 별채의 마루로 내려갔다.

 "독기의 근원은 이미 찾았습니다."
 "도대체 그 근원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정부에서 온 사니와는 손을 들어 마루 밑을 가리켰다. 마루 밑에는 흉칙한 지네가 들어앉아 몸을 이리저리 기둥에 얽고 있었다.

 "이 지네가 온 혼마루에 독기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왜 마루 밑에 갑자기 지네가 나타난 겁니까?"

 정부에서 온 사니와는 견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 계시지 않은가요?"
 
 견습은 영문을 모르고 사니와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그것보다 마루 밑에 있는 놈을 없앨 방법이나 알려 주십시오."

 사니와는 견습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이 지네는 너무 크고 별채 기둥 여기저기에 다리를 얽고 있어 끌어낼 수 없습니다. 대신 본채와 단도실에 독기가 엄습하지 못하게 하도록 손을 써 드리겠습니다."

 견습은 실망했지만 얌전히 정부에서 온 사니와의 말에 따랐다. 사니와가 본채와 단도실 여기저기를 다니며 결계를 치고 부적을 붙였더니, 과연 독기가 깨끗이 사라졌다. 사니와는 떠나기 전 마루 밑에 있는 지네에게 무어라고 속삭였지만, 견습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온 사니와가 한 말이 뜻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다. 견습이 마음을 고쳐먹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그 혼마루 별채 마루 밑에는 지네가 웅크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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